사실 여부에 관한 거에 회계사 면허를 취득하는게 중요치 않고 그 이후를 생각하신다면 좋은 회계사가 되실수 있을 겁니다. 면허취득 행위와 그 결과로 지니게 되는 (꼴랑 연간 면허세 1만원짜리.. 음. 제가 안내고 우리 여직원이 내서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으나) 회계사 자격증만 가지고 있어도 배타적인 잇권이 확보되는 시기는 이미 지난지 오래되어서 어찌되었든 운이 좋아야 성공할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깐요. ㅎㅎ.. 남들은 열심히 노력하라는데.. 전 운이 더 좋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노력이든, 공부든.. 머 그런 잡다한 것들로 표현되는 고난의 정도는 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놈들이나 이미 가진놈들이 거의 동일하게 부담하는 비용이니깐 무차별한 거죠. 다음엔 절대적으로 운이랍니다.
전 90년도 초반에 2차시험 합격인원 200명 내외이던 시절에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앞서 누군가 말했더군요..) 당시나 지금이나 규모로선 젤 큰 회계법인인 s법인을 거쳐 현재는 로컬법인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현직 회계법인의 파트너입니다. 포린펌에 남아계시는 실무 회계사분들 중 일부는 일에 대한 종교적인 경애와 업무 수행과정의 고행에 대해 스스로 맹목적인 가치를 부여하고(사실 그렇지 않음 견디기 힘든 환경이죠. 예를 들면 해병대 병사들에게 빨간 딱지 이름표를 붙여주고 그 고난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게 군기의 원천이듯이.. 포린펌의 새끼 파트너 정도까지 포괄되는 소위 실무 회계사들에겐 상부로부터 조장되어 내려오는, 그런 업무의 수행자체가 지상가치라는 의미부여 과정이 없다면 실제 참 견디기 힘든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 결과로 벌어들인 법인 수익에 대해서는 다 상급파트너에게 상납하는걸 큰 보람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런분들도 능력을 인정받아 본부장급 이상이 되는 고위 파트너가 되시면 일보단 파트너 배당으로 본인이 수령하는 돈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되고 주간 pm미팅에서 하위 매니저들 거칠게 독려하는 시간 외에는 자발적인 의미의 자기개발 노력으로 (업무상 필요에 의해) 골프에 더 집중하시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제가 시험을 준비할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회계사의 가치는 "많은 시간"에 있었습니다. 통념상 변호사에 비해 적은 보수지만 많은 시간이 확보되던 업종이었죠. 제가 s법인에 입사하던 당시만 해도 3월말 법인 감사가 끝나면 회계사들이 하는 일없이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통상적인 일과였습니다. 지금은 상장까지 되었지만 현재 온라인 세무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s모 사이트를 가진 s법인의 관련회사는 당시 그러한 환경하에서 슬랙시즌에 놀고 있는 회계사들에게 세법조문과 관련예규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일을 시키자는 아이디어로부터 기원한 회사입니다. 지금은 텍스트가 다 소프트하게 관리되지만 당시에는 페이지가 고유번호로 관리되는 큰 프린트물 형태로 조세총서가 발간되어 나왔으며 법이나 예규가 바뀔때마다 가제형태로 그 해당 페이지를 구멍 3개짜리 파일에 갈아끼우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imf구제금융을 거치면서 회계사의 "많던 시간"이 다 없어져 버렸습니다. 제가 있던 s법인의 회계사들은 15일 단위로 본인이 일한 내용을 time report라는 양식에 적어내는데 당시 제 일간 chargeable hour가 보통 13-15시간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차지할수 있는시간(사실은 정확히 말하자면 내부 회계사 관리시간이죠)이 하루 13시간이라는 거는 잠을 5시간 이상 자면 안되고 식사 3끼를 다 합해 2시간안에 끝내야 하고 집과 사무실과의 이동시간을 2시간 이내로 줄여야 가능한 수준이랍니다. 그런 시간들은 내부청구 시간에 포함될순 없으니깐요.
회계사의 업무 영역도 엄청 확대되었습니다. 아직도 회계사들 중 일부는 회계감사나 세무자문이나 컨설팅이나.. 머 그런 대분류로 나눠 업무영역을 설명하려 하는 형식주의자가 있지만 사실 imf를 거치면서 돈이 되는 일은 다 하자는 식으로 기본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보자면 과거의 전통적인 회계사 업무 영역은 이미 그 경쟁이 상당히 심화되어 있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머든 해주겠다는 건.. 사실 하던일만 해도 충분히 배부를땐 나올수 없는 말이거든요.
어린 친구가 회계사 자격을 취득하는데 뜻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건 그냥 기본으로 빨리 취득하세요. 조금 일찍 일어나 머 학원다니고 학교 수업좀 듣고 2-3년 시험보면 되는 걸 겁니다. 한해 1000명씩 뽑아 재끼느는데 그 1000명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나약한 질문입니다. 회계사 시험에 되고 수습기간을 거쳐 면허가 나온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요점은.. 남들이 다 하는 대로 따라가게 되면 죽을 쑤게 된다는 겁니다. 회계사 업무를 회계감사, 세무자문, 경영컨설팅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쫓게 되고 똑같이 동문회나 나가서 선배들에게 인사나 하고 쥐뿔 수임을 위해 접대 주점을 드나들고 하던 회계사들은 과거 연간 200명 정원 시대의 찬란한 영광만을 되뇌어 회상하면서 한숨만 늘어지게 쉬고 있습니다. 전혀 새로운 업무 영역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대안이니 기존의 가치를 쫓아 가려고만 하지말고 생뚱맞게 혼자 애먼길로 들어가 보는데에 서슴지 마세요. ㅎㅎ.. 운이 좋아야 한다는 제 초반 언급이 있었죠? 님 운이 안좋으면 실패하겠지만.. 그렇다 한들 그 이후에라도 혼자 회계사 사무실을 열어 기존의 방식으로 다른 평범한 회계사들 하는짓들을 그대로 따라하더라도 한 3-4년 후면 한해 2-3억 쯤 집에 가져가는건 아무 무리가 없을 겁니다.
회계사 수습기간을 거치고.. 30대 후반까지는 그냥 이것저것 남의 월급을 받으면서 많은 경험을 해보시는 것도 의미가 있을겁니다. 그 시기가 중요하다는건 그 이후에 열리는 세상을 맞기 위한 기본적 소양을 닦는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는건 정말 시작에 불과합니다. 시험에 합격해 떨리는 자부심으로 빅펌에 들어가 보세요.. 주위에 나보다 못한 회계사들은 하나 없고 다들 날고 기는 놈들이 내가 1시간에 할일을 10분내에 끝내버리는 능력을 마구 보여줄 겁니다. 합격증 종이 한장을 받았다는게 아무 의미가 없는거로구나라는 생각을 빨리 하면 할수록 빨리 적응하게 될겁니다. 실무를 시작해서는 소위 빅펌의 상급자에게 잘보이기 위해 의미없는 일들에 시간을 쓰지 말고 아주 많은 영역으로 경험의 범위를 확대하는데 주력하시기 바랍니다. 기본 업무역량이 배양이 되었으면 그 이후엔 정말 생뚱맞은 일만 찾아 다니고 생뚱맞은 생각만 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세상이 하루가 달리 변하니.. 님이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 아랫배가 늘어져 바지위로 처질 그 즈음에 님이 처할 환경에 대해선 감히 어느누구도 상상을 못해보겠지만 기본 원칙은.. 그즈음 남들이 쉽게 하고 있거나 잘하고 있는 영역을 열심히 쫓아가볼 생각을 하심 안된다는 겁니다. 어느 상황에서나 기꺼이 도전에 응할 마음가짐을 배양하는데 주력하시기 바랍니다.
또 한가지의 팁이라면.. 지금 학생이시니 교우관계에 대해서 한말씀드리자면.. 많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선 벗어나시되 정말 훌륭한, 능력있는 친구를 단 1명이라도 사귀어 두셔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이란게 어차피 사회에서 활동하고 관계로서 엮여서 돌아가야 하는 터인지라 훌륭한 지인을 두시는 건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래서 그런 환경을 만들기 좋은 수단으로 단기적으로 좋은 대학에 들어가시라는 이야기나 나올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친구가 님이 회계사 실무업무를 하며 진흙바닥에서 구를 시기에 님에게 도움을 줄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다만, 그 기간을 지나 님이 세상앞에 홀로 나서야 할 때 단 한명의 훌륭한, 능력있는 친구를 통해 그가 가지고 있는 다른 모든 훌륭한 친구의 인적 풀을 님이 힘들이지 않고 공유할 수 있을거라는 데엔 절대 의심을 가지진 마십시오. 넓고 얇은 네트워크 보다는 튼튼한 동아줄 한줄을 잡아두는게 더 유리합니다. 물론 님이 님의 친구들에게 그 튼튼한 동아줄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줄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거겠죠. 시내물은 세상각지에서 흐르지만 결국 바다에서 만납니다. 바다로 가는게 중요하지 고인개울물에서 만날수 있는 친구는 날파리밖엔 없습니다. 바다로 가는 길을 알고 있거나 이미 바다에 가 있는 친구 한명이면.. 청량한 바다에 뛰어노는 금빛 고래들을 다 만날 기회가 다가 올 겁니다. 따라서, 향후를 기약한다고 실무경험 배양에 힘쓸 나이에 허접한 교우관계에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님이 뛰어나면, 그리고 그 뛰어남이 세상을 향해 발현될 시기가 되면 님을 바다로 이끌 금빛 고래는 20년만이라도 넘 반갑다며 님에게 전화를 걸어오게 되어 있답니다.
이미 회계사가 되겠다 생각을 한거면 대기업에 취직하겠다는 소심한 위험 회피자들과는 천양지차의 인생차이를 벌여놓으신겁니다. 불안하셔야 하고.. 그 불안함을 잘 이겨내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잘 참고 벼텨내셔야 합니다. 그게 가치죠. 배타적인 면허사업자로서의.. 약간이나마 어렵지 않다면 가치도 없는겁니다.
지금부터 꾸준히 약진해.. 항상 모든 논란의 선봉에 서시게 되는 당대 최고의 회계사가 되시길 기원합니다.